오류 불허 (1990년 아시모프 sf매거진에 실렸다 함)
아이작 아시모프(1920~ 1992)는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로서 세계 3대 sf작가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파운데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아이, 로봇 등 500여 편의 다작 작가로도 유명하죠, 무엇보다 SF 설정에서 흔히 보이는 로봇 3원칙을 창시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기도 했기에 많은 과학 교양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보다는 과학 교양서를 통해서 아시모프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요.
지금 소개하는 “오류 불허”는 아시모프의 말년에 “골드”라는 단편선을 내는데 그곳에 실린 단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웅진 씽크빅에서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 백과”라는 이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아시모프의 SF 소설 작법 이론도 실려있는데요. 지금은 절판되어서 도서관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딱히 아시모프의 팬도 아닌데 이 책을 샀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사 놓았던 것을 이제 와서 읽어보니 재밌는 것이 많네요. 그 중에 괜찮은 작품들이 있어서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아시모프 단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최후의 질문”이 있지만 그 작품은 이 단편선에는 실려있지 않아서 조금 아쉽네요. 그 작품은 따로 찾아서 추후에 포스팅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1990년에 써졌기에, 아직 각 가정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의 상황이며, 화자인 작가 아브람 이바노프는 평소에는 손이나 타자기로 글을 쓰다가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해서 그 사용기를 적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아마 아시모프도 처음 개인용 컴퓨터를 접하면서 발전된 문명 기기에 대한 충격을 경험하고 이것이 더욱더 발전되면 어떻게 될까라며, SF 작가 다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 글인 것 같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니, 아시모프가 예상한 컴퓨터의 능력을 실제로도 많이 구현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SF 작가들의 상상력이란 대단한 것 같네요.
줄거리 요약
다작을 하는 작가인 아브람 이바노프는 타자기로는 도저히 자기 작품을 다 쓰고 수정하기에 벅차서, 큰 맘을 먹고 신문물인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한다.
작가는 초반엔 새로운 기계에 적응하느라 애쓰면서 그 사용기를 꾸준히 적고 있었다.
기계의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차츰 기기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는데, 이 기기에는 놀라운 기능이 있었으니 철자 수정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단어를 자꾸 컴퓨터가 맞춤법 검사에서 자꾸 걸러낸다고 귀찮다고 제작사에 호소를 하였다.
그러자 제작사는 더 놀라운 기능을 소개하는 데, 컴퓨터 자체에 오류 수정 기능이 있어서, 새로운 단어는 스스로 배운다고 했다. - 이때 벌써 기계의 딥러닝의 개념을 세우시다니 아시모프 당신은 정말!!
거기다 오류를 스스로 교정하는 오류 자가 수정 기능도 갖추고 있고, 연구진들은 이것을 ‘오류 불허’라고 부른다고 했다.
두 달 여 후, 컴퓨터는 작가의 철자 쓰는 법에 익숙해졌고, 정말로 작가가 원하는 만큼 의도적인 오자와 진짜 오자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작가가 타이핑하기 전에 오자를 저절로 수정하기까지 했다.
물론 중간에 작가의 소소한 불만 사항도 있었지만, 제작사는 그것마저 기계가 작가의 버릇과 문체를 터득해서 알아서 작가의 의도에 맞게 수정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컴퓨터에게 자신의 문체나 단어 쓰는 버릇을 일일이 입력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이내 컴퓨터는 저절로 교정을 볼 수 있게 되고, 작가는 자신이 일일이 문장들을 훑으며 교정을 볼 필요가 없어져서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작가는 컴퓨터로 글을 쓰면 일부러 틀린 문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조리 옳은 문법으로 저절로 수정해버리는 것이다. 거기다 컴퓨터는 이제 작가의 문체, 특유의 철자법, 띄어쓰기, 단어의 순서 등 전부 대신 교정하는 법을 완전히 터득한 것 같았다.
작가는 나름 긍정적으로 자신은 창작에만 집중을 할 수 있고 기계가 알아서 교정을 보게 되었으니 이것도 괜찮은 분업이라고 생각한다.
잘 적응해 가고 있던 어느 날,
컴퓨터가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컴퓨터에 익숙해져서 다시 타자기 치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었던 작가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컴퓨터가 이대로 계속 먹통이면 창 밖으로 집어던질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그 마음을 눈치챈건지 컴퓨터가 이내 저절로 켜졌다.
그리고 커서가 저절로 움직이면서
작가의 문체로,
작가의 단어 쓰는 순서대로,
작가의 철자법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작가의 현재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담은 채.
심지어 컴퓨터가 글을 쓰면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지?
라는 걱정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아시모프로써는 가볍게 끄적인 단편이지만,
2020년 현재, 이미 AI가 많이 발전하고, 바둑까지도 AI가 인간을 이겨버린 지금, 창작의 영역마저 기계가 대체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보면서 아시모프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처음에는 새로운 문물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다, 점점 기계에 의존하고 결국에는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버리는 예언을 하는 예사롭지 않은 단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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