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어릴 때 얼떨결에 본 "플란다스의 개" 부터 "기생충"까지 웬만한 것은 다 본 것 같다. 안 본 것은 "옥자"와 "마더" 정도.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보다는 좀 덜 잔인하면서도 블랙코미디가 섞여있고, 사회 비판적인 성격은 강하지만 그나마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한 감독의 작품이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 그리고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어로 된 영화가 작품상을 타다니, 요즘 우울하고 불안한 시기에 정말 기쁘고 뿌듯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실시간 방송은 못보고 유튜브로 수상 순간과 그동안의 인터뷰 내용을 훑어봤는데, 역시나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굳힌 것은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순간인데, 봉준호 감독이 영화 공부 할 때부터 가슴에 새긴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바로 같이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언급하며 영광을 전한 장면이다.
https://youtu.be/DslP9E-JcrM?t=15
쟁쟁한 감독상 후보들 중에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이, 그들을 제치고 상을 탔음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거장인 감독의 가르침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영광을 돌리며 기립박수을 이끌어 내다니, 그저 교양 있다거나, 겸손하다거나 라는 말로는 부족한, 시상식 그 자리에서 스스로 거장임을 증명한 것 같았다.
비록 상은 외부인인 내가 타지만 난 당신들 할리우드 정신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다. 당신들 덕분에 내가 여기 있는 것이다.
라며 자신도 올리고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계도 올리다니, 정말 감동이었다.
영화도 잘 만들어, 주변인들에게도 잘해, 말씀도 잘하시고, 겸손함도 잃지 않고, 한국은 대체 이런 사람들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열악한 한국의 영화 제작 환경에서 자신만의 소신과 기준을 확실히 하고 뚝심 있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켰기에 어제와 같은 영광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뭔가 영광을 제대로 돌리는 법도 교양과 지식이 있어야 하고 태도도 항상 몸에 익었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저런 사람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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