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2018)
http://tv.jtbc.joins.com/plan/pr10010801
2017년 한국 범죄 수사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획을 그은 비밀의 숲 작가 이수연이 작가로 참여한 의학드라마인데 의사 집단을 까는 드라마이다.
조승우와 유재명을 비롯해서 비밀의 숲 출연진이 대거 출연하고, 문소리와 문성근 같은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파 배우들도 출연해 기대감이 높았으나, 산만한 전개와 뜬금없는 로맨스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일련의 사태로 다시금 조명받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참고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냥 병원 판타지라면 이 "라이프"는 현재 대한민국 병원의 현실이라고,
조승우 필모에 들어있고,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라서 비밀의 숲 2를 보고 바로 보려고 했는데 이 작품의 비판이 너무 많아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봤다.
소감은,
굉장히 산만한 드라마다.
망작이라기보다는 많이 아까운 드라마 같다.
그냥 망작이라고 하기에는 연출이나 디테일,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 자체에서 내놓은 메시지 등은 좋은데, 이 요소들을 합치고 이끌 편집과 흐름이 너무 별로다.
이 드라마는 분명 병원을 무대로 하는 의학드라마이다.
하지만 기존 의학드라마처럼 병원은 이렇게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많고 의사들이 이렇게 고생해요~ 가 아니라 선민사상으로 가득한 의사 집단의 이기주의를 본격적으로 까고, 영리 병원 자체가 왜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그동안 나왔던 다른 의학드라마와는 확연히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한국 의학 드라마 최초로 주인공 중 한 명이 의사가 아닌 경영전문 CEO라는 것도 특이할만한 점이다.
이 CEO 역할을 조승우가 해서 그나마 끝까지 보게 되었다.
드라마를 끝까지 보다 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겠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의사 집단의 이기주의라던가 의료계에 자본주의를 끼얹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사건과 상황 묘사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정신없을 텐데, 거기에 이동욱이 연기한 응급의학과 의사 예진우와 이규형이 연기한 그 동생 예선우의 스토리, 중립적 화자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총괄사장과 썸 타는 소아과 의사 이노을의 애매한 포지션이라던가, 앞뒤 없는 뜬금포 고백이라던가,
솔직히 따로따로 보면 영상도 좋고 연출도 좋고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는 간다.
그러나 흐름상 의료계 전반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계속 뜬금없이 예진우 형제 이야기가 나오니 흐름이 잘 끊긴다.
거기다 진보 언론 기자는 왜 나와서 주인공 예진우와 로맨스로 엮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벌에 의한 언론사 압박을 제대로 보여는 것도 아니고, 그 기자는 대체 왜 나왔을까? 연기도 그냥 그렇던데.
작가의 메세지는 이 드라마가 의료계 이야기라 자본주의 논리보다 인본주의로 다가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로맨스와 형제애를 표현하고 전 원장과 같은 마음 따뜻한 의사도 있다 라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사실 비밀의 숲 작가의 드라마라면 당연히 시청자들도 뭔가 미스터리한 사건이 나오고 그것을 풀어가면서 기득권의 비리가 나오면서 큰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기대할 것이다.
재벌에서 파견된 총괄사장 구승효와 병원을 지키고픈 응급의학과 의사 예진우의 대립, 그 와중에 드러나는 의료계의 해묵은 문제점과 영리 병원의 폐해를 다루는 한 축
예씨 형제의 어릴 적 가족의 비극으로 인한 육체적 장애(예진우의 동생 예선우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있는 장애인이다)와 심리적 압박을 딛고 현실을 직면해서 더 나은 인간으로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라는 한 축
이렇게 글로만 적어도 전혀 다른 장르인데 왜 합친 거지???
그냥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이 드라마의 큰 중심인 자본주의와 엘리트주의가 병원과 의료계를 얼마가 오염시키는지만을 중점적으로 묘사했으면 됐을 텐데 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솔직히 이 드라마 "라이프"가 "비밀의 숲 시즌 1"만큼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훌륭한 작품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비밀의 숲 1"은 작가가 3년 동안 준비한 대본이라고 한다.
아니, 그보다 장르물 작가에게 휴먼 드라마 PD를 붙인 것 자체가 제작사의 실수? 오판? 이 아니었을지, 의학 드라마 치고는 너무 획기적인 내용이라 제작사 측에서 휴머니즘과 로맨스를 넣어서 적당히 얼버무린 느낌도 든다.
그 쟁쟁한 배우들 데려와 놓고선 소리만 몇 번 지르게 하고, 몰려다니기만 하게 하고,
특히 조승우가 맡은 구승효라는 캐릭터는 이 사람이 겉보기에는 대기업 뜻대로 움직이는 월급 사장이지만 그래도 근본은 착한 사람이야! 라고 강조하느라, 뭔가 구승효라는 캐릭터 성이 애매해져 버렸다.
그래서 막판에 그냥 얼굴만 비추고 활약이 거의 없다.
물론 구승효의 병원 운영에 대한 가치관이 드라마 진행 상황에 따라 바뀌고 있는 상황이었고, 대기업의 행태를 너무 잘 아는 사람으로서 병원 의료진의 방어를 쓸모 있게 큰 그림 그리느라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던 거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도....
또 이규형이 맡은 예진우의 동생 예선우는 휠체어 앉아서 연기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욕을 제일 먹는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도 같은 해에 찍은 슬기로운 감방생활의 헤롱이가 워낙 떴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어쨌든 참 여러모로 아까운 드라마인 것 같다.
재미도 뭐, 초반은 제법 흥미진진하고 메시지도 좋은데 딱히 추천해주기가 어려운 그런 드라마?
그래도 조승우의 팬이라면 "비밀의 숲"의 황시목 보다는 훨씬 표정이 다양하고 카리스마도 있고 자태도 고우시니…,
그냥 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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